악몽
오늘 외출을 나가서 고기를 과하게 먹어서 그런가,
몸이 일어나라고 소리를 지르듯이 무시무시한 악몽을 꿨어.
배경은 던전 모양의 다듬어진 돌덩이 지하와 무슨 일이 일어날 듯 한 도시 구석진 나무 풀숲 속을 반복해서 보여줬어.
그러다가, 한 빌라 계단에서 밖으로 나오는 유리문을 통과하기 직전의 일상적인 상황을 보여줬어.
나는 죽음을 경험하는 게이머 입장이였던가?
처음이 기억이 안 나.
확실한 건 어떤 미션 실패 느낌의 텍스트가 여러번 나오고 내가 반응이 없자
컴퓨터 오류 효과음과 함께 '당신은 죽었습니다.' 로 바꿔서 눈앞에 피를 한 움큼 떨어트렸어.
그리곤 오류 효과음이 반복되고, 점점 빨라지면서 동시에 피는 내 걸음걸이 앞에 끈적한 폭포수마냥 토해냈어.
나는 이 기괴한 광경을 정면에서 15도 각도로 고개를 내린 채 게임하듯이 바라만 봤어.
내가 애써 버티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이어서 우는 목소리를 넣더라. 끈적한 피에 어울리는 무겁고 처절한 울음소리였어.
이윽고 피는 내 머리를 감싸 화면을 적시고 있었고,
난 결국 끝까지 보고 나왔어.
두번째는 가위였는데, 가위 눌린 게 아니라 정말 사람 자르는 가위.
여기서 난 어떤 던전의 파티원이였어.
모두가 이 부자연스럽게 매끄러운 돌들로 구성된 던전을 클리어하고 보상인 스크롤을 열어보자, 얼굴이 굳었어.
자기들끼리만 보고 닫길래 알려달라고 했지.
파티장은 "가위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라"라는 말을 남겼어.
순간 모든 신경이 날아가고 공간이동이 되는데, 사람들이 자기 몸집만한 가위 날 여러개 사이에 끼워져서 송장처럼 있더라고. 아니, 사실 가위가 크고 많아서 사람 형체는 보이지도 않았어.
이걸 마지막으로 잠에서 깨고 화장실에 달려가서 저녁에 먹은 것들을 게워냈어.
악몽이구나. 이 꿈은 나의 무의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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