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내렸다

오늘 내 친구 지호에게 충격적인 말을 전해받았다.
나를 좋게 보고 있지 않았다는 것.

군대 입대 후 내 성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굉장히 마음에 안 들어서 무시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었다고.

돌이켜 보면 그래.
나는 지호가 말이란 말은 다 들어줘서인지 너무 편하게 말하고 있었어.
그게 당연한 줄 알고 있었어. 권리마냥.

조심스럽게 말하는게 문제가 아니고,
한 번이라도 지호의 감정을 생각해 본 적이 있긴 한가?
전혀.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니 완전 감정 쓰레기통 취급이였지.

점심에 전화를 마치고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잠긴 체육관 문을 비집고 들어갔다.
체육관을 한바퀴 돌았다.
체육관 단상 앞에 농구 골대가 보였다.
홀린 듯이 골대를 지지하는 철근을 타고 올라갔다.
끝까지 올라간 뒤, 옆에 있는 관중석으로 뛸 준비를 했다.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무섭다.
너무나 두려웠다.
하지만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그냥 내려가면 미쳐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시간이 지났다.
나는 아직 골대 위에 앉아있다.
다리가 저리고 팔이 떨린다.
하나, 둘, 셋, 신호를 수도없이 세었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땀방울이 가슴을 타고 내려오는 것이 느껴질 때,

뛰었다.
한 시간 만에 뛰어내린 장면은 영화와는 다르게 선명하지 않다.
순식간에 가슴과 팔꿈치, 무릎을 펜스에 부딪히고, 색다른 고통에 눈물이 고였다.
바닥에 떨어져서 다리를 접지르지 않았음에도 너무나 아팠다.

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아무도 알아줄 수 없는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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